직장인 김경민(30)씨는 전년 겨울 몽골로 2박12일 구경을 떠났다. 구경을 떠난 이들 모두 김씨와 동일한 ‘비혼 남성’이었다. 비혼 여성 친구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이들은 남을 의식한 머리와 옷 꾸밈 등을 최대화하고 편한 차림으로 구경을 다니는 ‘디폴트립(기본을 가르키는 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 구경’을 다녀갔다. 김씨는 “흔히 초면이었지만 비혼 남성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가볍게 친해졌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에 진정감이 든다”고 했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20·60대 비혼 여성이 불어나면서 비혼 남성을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 가입자도 늘고 있다. 기존에도 지역마다 비혼 남성들이 다같이 교류하고 생활하는 공동체들은 있었지만, 요즘 엠지(MZ)세대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조금 더 손쉬운 방법으로 비혼 여성 친구를 사귀는 추세다. 이들의 목숨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불어나는 등 서서히 비혼 남성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직장인 권아영(32)씨가 비혼을 결심한 후 가장 제일 먼저 시행해온 것도 비혼 여성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4년 전 권씨는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 안에 편입되지 않겠다며 비혼 결심을 굳혔지만, 이내 걱정을 느꼈다. “몇 안 되는 회원들이 전부 결혼을 할 것입니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비혼 여성 회원들을 사귀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기존 사회의 규범을 벗어난 사람들인 만큼 연대감이 더 끈끈하게 들었고, 제 인간관계도 오히려 확장된다는 분위기을 받았어요.”
통계를 보면 비혼 남성의 넘버는 차츰 증가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전체 가구 중 18%가 남성 1인 가구이며, 지금의 증가 추세대로짬뽕 30년 직후 전체 가구의 80%가 여성 1인 가구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비혼 남성들이 제작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나 콘텐츠 등이 많아지는 것도 그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비혼’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비혼세>는 재전년 말 누적 조회수 800만회를 기록하였다. 비혼 여성 커뮤니티 ‘에미프’에서 만난 비혼 여성들이 만든 잡지 ‘비평’은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10권의 잡지를 펴내며 누적 1600명의 후원을 취득했다. ‘비평’ 직원은 “‘집’이라는 주제를 다룬 호에서는 비혼 남성이 숙소를 수리할 때 요구되는 공구를 소개하는 식”이라며 “비혼 여성들 간의 느슨한 연대감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있습니다”고 했다.